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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정션 아시아 2023 참여 회고

지난 8월에 부산에서 열린 해커톤 대회인 정션 아시아 2023에 참여하였다. 비록 수상을 하거나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값진 경험을 하고 왔기 때문에 이제라도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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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계기

개발자로서 해커톤은 꼭 한 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입사한 회사에서 다른 팀원분들이 정션에 나가서 국내 및 세계 대회에서 모두 수상하고 돌아온 것을 보면서 내가 그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과 그들과 나란히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을 것 같았다. 짧은 시간 동안 몰두한다는 경험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막연히 재밌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정션에 참여하게 되었다.

 

정션을 준비하며

해커톤이 끝나고 나서 느끼는 것이지만 팀 빌딩부터가 해커톤의 시작이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며 함께한 사람들과 어떻게 해커톤을 해쳐나갈 것인가. 비록 현장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팀을 이룬 것이 아닌 같은 회사 동료들과 같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디자이너분과 팀을 이루어 나가게 됐는데 팀 빌딩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다른 회사 동료 팀들은 정션 참여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만나고 얘기하며 소통을 많이 했다. 우리팀은 상대적으로 대회 직전에만 만났고 얘기도 대화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해커톤 이전부터 팀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조금 더 많이 친해지는 게 어땠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정션 참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서류 심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부터 문제가 생기니 다들 충격에 빠져 있었다. 예약했던 숙소를 취소하고 팀원들과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추가 합격이 되어 정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시작된 정션

정선 참여자에게 주어지는 합격증

우여곡절 끝에 참여하게 된 정션. 팀 구성원 중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커톤 경험이 없었던 지라 처음 상경한 시골 사람들처럼 있었던 것 같다. 어안이 벙벙한? 그런 느낌을 개인적으로는 받았다.

화려한 오프닝 세러모니가 끝나고 각 트랙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들과 주제를 듣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해커톤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미션은 트랙의 주제를 선정해서 짧은 분량의 제안서를 만들어 둘째 날 00시까지 제출하는 것이었다.

5개의 트랙 중 하나를 골라야 했고 해당 트랙의 파트너사가 제시한 목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안서를 작성해야 했다. 아이데이션 회의의 시작이었다. 트랙 주제 발표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얘기했다.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들도 있었고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왔다.

문제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제안서로 작성하려고 하니 아이디어들이 갖고 있는 허점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어떤 아이디어는 데모 구현이 불가능했고 어떤 아이디어는 구체화하다 보니 트랙에서 제안한 목표와 많이 벗어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제안서 작성 마감 시간을 40분까지도 표류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 때 팀 리드가 낸 아이디어가 괜찮았고 해당 아이디어를 빠르게 디벨롭해서 제안서를 작성했다. 자정. 다들 첫날 미션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광안리로 짧은 산책을 다녀왔다.

팀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 흔들린 사진을 올렸다.

산책을 다녀온 이후에도 어떤 일정으로 만들어나갈 것인지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둘째날 새벽 두 시. 우리 팀은 그제야 각자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둘째 날 부터는 본격적인 개발의 시작이다. 제안서를 토대로 기획을 진행하고 디자이너는 기획을 받아 바로 디자인을 찍어낸다. 백엔드 개발자는 인증부터 필요한 로직들을 개발하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나온 디자인을 바탕으로 퍼블리싱을 진행한다. 둘째 날 기억은 개발-밥-개발-밥-개발 이렇게 밖에 진행하지 않은 것 같다. 회원가입 로직부터 필요한 페이지들을 하나둘씩 만들어 나갔다.

과한 욕심을 부린 점이 아쉬웠다. 빠르게 개발해야 하는 것이 중요했음에도 그 와중에도 코드 품질을 챙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만들어진 부분을 다시 다듬는 해커톤 과정에서는 필요 없는 작업으로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 인증 로직 쪽에서도 문제가 생겨 기존에 작성한 로직을 들어내야 하기도 했다. 개발을 하면서 오히려 많이 얘기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각자가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끝났을 때 전달하는 방식으로 해커톤이 진행되었다.

시간이 어느덧 자정을 넘어간 새벽.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발표 준비를 진행하고 개발자들은 계속 개발을 진행했다. 다들 지쳤고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싸우지 않기 위해 오히려 말을 많이 안 하게 되었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원래 데모 배포를 vercel을 써서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유료 버전이 필요해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급하게 Github Pages를 사용해서 배포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빌드된 파일을 Github Pages가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문제를 발견했다. 로그를 따로 남겨서 챙겼어야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 빠르게 도움을 요청하고 해결해서 다른 할 것들을 처리했어야 하는데 배포에서 너무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새벽 6시. 짧은 잠을 청하기 위해 자리에 누웠고 대회는 어느덧 마지막 날이 되었다.

 

모두가 피곤했지만 대회장으로 향했다. 데모를 위한 세팅을 준비하고 발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정션의 경우 영어로 발표를 해야 했다. 한국인들에게 영어로 발표를 하는 점이 다소 이상했지만 정션 자체가 한국 해커톤이 아닌 글로벌 해커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날은 잠을 잘 못 자서인가. 기억이 나는 부분이 많지 않다. 발표를 진행했고 그 이후에는 비몽사몽 한 상태로 결과 발표만을 기다렸다.

1등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수상할 수 있다는 희망감이 팀원들 사이에서 감돌았다. 하지만 결과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아쉬웠다. 다들 아쉬웠는지 피드백을 쏟아냈다. 우연히 옆 테이블이 같은 회사에서 출전한 팀이었는데 그 팀에서 놀랄 정도로 피드백을 진행했다.(싸우지는 않았다.)

 

마무리

다소 아쉬운 결과를 뒤로 한 채 그렇게 정션 아시아 2023이 끝이 났다. 첫 번째 해커톤인만큼 "경험"을 목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적을 줄 알았는데 막상 결과를 받고 나니 아쉬운 점들이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해커톤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 회고를 적으며 하나씩 좋은 점과 아쉬웠던 점, 레슨 런들을 정리하다 보니 다음 해커톤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해커톤이 될지 모르겠지만 정션을 하며 느꼈던 뜨거운, 단기간에 몰두하는 경험을 다시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발자로 일하며 자극이 필요한 순간에 해커톤이 좋은 영양소가 되주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어떤 해커톤을 어떤 사람들과 나가게 될 지 모르겠으나 그 때를 위해서 조금 더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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